오랜만에 사랑타령을 해보려고 한다.
라고 방금 마음 먹었는데 사랑타령을 할 만큼 에너지가 남아있질 않아....다음주에 쓸게 ㅜㅜ
가끔 어쩜 이렇게 찌질할까 싶을 정도로
스스로가 찌질하다고 느껴지는 날이 있다.

언제냐면
오늘같은 날.

만날 때는 자존심 한번 세우지 않던 나인데 헤어지고나니 뭐 그리 내 고고한 모습이 중허다고
네가 헤어짐을 먼저 고했으니 아쉬워 할테면 너나 아쉬워하라고 자존심을 지킨다.

스스로에게 솔직하지 못한 내가 찌질하다.


취업준비생은 한번도 만나본 적이 없다. 스물 두 살 소개팅으로 만났던 첫 남친은 외국계 금융회사의 신입사원, 스물 네 살 때 만나던 금수저 휴학생오빠는 취업과는 아직 먼 나이였다.

사업이든, 취업이든 나는 무언가를 완성시킨 사람들을 만나왔지 준비중인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다. 그러다가 취업준비생을 만났다. 보고싶을 때 볼 수 있고 함께 있으면 즐거운 사람, 반듯한 외모에 나쁘지 않은 학벌과 스펙이 있기에 쉽게 취업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여느 여자들이 그렇듯 함께하는 미래를 꿈꾸며 기분 좋은 상상에 빠지기도 했다.



내가 어느 날부터 잔소리꾼이 되기 시작했다. “자소서는 다 썼어? 나한테 보내봐~ 피드백해줄게.”

여기는 이렇게 고치고, 이런 표현은 적절치 않고피드백을 주면서도 내심 마음이 불편했다. 혹시나 감정이 상하지는 않을까. 말한다고 고치기는 할까왜 자신의 취업인데도 나보다 적극적이지 않을까. 불편함을 숨기기 시작하자 가슴이 답답했다. 서류라도 합격하면 좋을텐데 어쩌다 조심스럽게 물으면 떨어졌다는 답만 돌아오니 더 갑갑했다.

혹여나 취업을 하지 못하면 어쩌지? 내 결혼계획에 차질이 생기는데.. 올해에는 취업해야 내가 생각하는 이 시기에는 결혼식을 할 수 있을텐데.. 얘랑 결혼을 할 수 있을까? 취업하고 연수가서 바람나면 어쩌지? 지금 이 사람을 만나는게 맞나? 머리 속에 수많은 질문들이 떠다녔다. 정리하다보니 내가 가지고 있는 고민 중 현재진행 중인 것은 없었다. 모두 미래를 향한 질문들이었다. 심지어 생길지 안생길지 확률 조차 내볼 수 없는 막연한 질문들. 그저 현재 남자친구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여러 명분을 가져다 붙이는 것 뿐이었다.

 


과연 나는 남자친구의 알 수 없는 미래를 기다리고 있던걸까?

 

나는 나의 안정적인 내일을 위해 사는 게 아니라 상대방의 미래에 내 안정적인 미래를 투영시키고 있던 것이다. 할 지도 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결혼이라는 단어를 가져다 붙이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게 계획대로 되지 않을 것 같자 스스로를 고민의 늪에 빠뜨리며 책임을 남자친구에게 돌리고 있었다.

 

상대를 해치지 않는 소통은 항상 의 원인을 중심으로 해석하라고 한다.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원인을 상대에게서만 찾다보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현재 만나는 사람이 원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헤어짐이 답이다. “이 사람의 미래는 밝을거니까 나는 그 미래를 응원하며 만날거야.”라는 말은 현재의 상대를 사랑하는게 아닌 알 수 없는 미래의 상대를 사랑하는 것이다.

 

알 수 없는 미래를 기다리고 있는가? 기다림은 멈추고 눈에 보이고 느껴지는 현재에 집중해라. 현재에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있는가? 그렇다면 헤어짐이 답이다.

 

예시

미래의 문제 (아직 발생하지 않은)

현재의 문제 (이미 발생한)

난 남자친구를 사랑해. 하지만 얘가 올해 취업할지 안할지 모르겠어. 얘가 취업을 못하면 어쩌지? 성실하고 스펙도 좋으니 취업은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해.

-  남자친구가 늦잠을 자서 자꾸 약속시간에 늦어서 속상하고 짜증나.

-  남자친구가 클럽을 갔다가 여자랑 연락을 주고 받았어. (무조건 헤어지세요.)

-  남자친구가 서류전형에서 떨어져서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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