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이캔스피크

작년부터 연휴때나 아니면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엄마와 영화를 보러간다.

나이가 들 수록 엄마랑 시간을 많이 보낸다. 마치 5살때처럼


이번에 아이캔스피크는 주변에서 추천하는 영화이기도 했고 내 생각에 킹스맨보다 가볍게 보기 좋은 영화인 것 같아 예매했다.

7시 30분 영화인 줄 알고 통신사 할인 하나도 안받고 1+1 티켓으로 바꾸려던 참이었는데

아뿔사..ㅎ.. 7시 영화였다. 7시11분에 부랴부랴 영화관으로 들어가서 정신없이 보고 나왔다.



보통 영화를 볼 때 최대한 시나리오에 대해 모른 체로 관람하는 편이다.

몰라야 보이는 것들이 있고 정보없이 봐야 영화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것 같다.

중학교 때 "괴물"이 한~창 흥행대로를 달릴 때 미리 본 친구가 결말 스포를해서 엄청 짜증났던 기억이 있다.

다시 떠올려보니 그 때 짜증이 올라온다..ㅎ;


그래서 최대한 스포하지 않으려하고 스포당하려 하지도 않는다.


다행이도 아이캔스피크도 정말 무지의 상태로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어느 억척스러운 할머니의 삶을 보여주는 것 같은 아이캔스피크는 종종

시대의 상처와 아픔 때문에 억척스러워진 노인에 대해 외면하는 나를 콕콕 찌르는 기분이었다.

그건 그들의 삶이고 나는 아니잖아!

이전에 그들이 각박했지만 버텨냈기 때문에 얻은 여러가지 것들을 누리면서도 감사할 줄 모르는 나와 마주하니 기분이 먹먹했다.

영화 중반부부터 친할머니와 외할머니가 떠올랐는데 문득 친할머니가 이야기해줬던 자신의 삶이 기억이 났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가 죽음의 직전에서 발견된 남편, 아직 크다 만 세형제를 키우기 위해 해보았던 여러 일들...

남보다 나를 지키기 바빴던 나날들.


사라다, 사라 좀 가지고 좀 와보라며 다소 낯선 단어들을 구사하던 할머니가 신기했던 나

늙은이 냄새 나는게 싫다며 섬유유연제를 들이부은 덕에 할머니집에서는 진동했던 섬유유연제 냄새 등...


할머니들과의 추억이 여럿 떠올랐다.



단 한번도 그들이 어떤 20대를 보냈는가 고민해본적도 생각해본적도 없었다.

그냥 눈뜨고 나니 누군가의 아내

눈 감고 나니 누군가의 엄마

구부정한 허리를 알게 되었을 쯤엔 누군가의 할머니로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보니 내가 지금 나 잘난듯 고개를 치켜들고 있는 것처럼

위풍당당하고 주름하나 없던 20대가 그들에게도 있었을 것 같았다.


다만 나처럼 미사일이 발사되도 전쟁이 나나? 라고 가볍게 묻고 말진 않았겠지.



아이캔스피크는 우리시대의 할머니를 재조명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개인적으로는 가족애가 커진 그런 영화였다...!


스토리 개연성에 대해 말이 많지만 너무 무겁지 않게(다른 말로 요즘 사람들이 흥미롭게 볼 수 있게!) 역사의 아픔을 담아낸 것에 칭찬하고싶다.


이런 영화가 더 자주,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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